인도 비즈니스 환경 분석/인도 필수 생활 정보

인도 정말 소문처럼 더울까? 인도에서 매년 여름 더위로 수천 명이 사망하는 이유

InKonnect 2023. 5. 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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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정말 한국의 겨울 시즌을 제외하고 대략 3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무더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더운 나라입니다. 겨울 시즌이 오면 또 무더위에 적응한 몸이 그리 춥지도 않은 온도에도 극도의 추위를 느끼고 감기에 걸리는 어이 없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그래도 저는 겨울 시즌이 좋습니다.
 
인도의 무더위는 정말 상상하기 싫은 정도로 희노애락 중 화를 자극하는 고통의 순간을 느끼게 합니다.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살다 온 친구들은 아프리카가 훨씬 체감상 시원하다고 할 정도로 덥습니다. 특히 내륙 지방의 경우, 습도도 높아서 더 더위에 마살라 양념을 넣은 듯한 충격적인 인고의 시간을 버티게 해줍니다. 그렇다고 인도 남부의 해안가은 괜찮냐?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그냥 덥습니다.

 

지금 5월인데 가장 더울 때라 더 덥고 게다가 방금 전부터 정전이 시작되어 타이핑을 하는 랩탑 언저리에 땀이 고이는 중입니다. 괴롭고 슬픕니다. 어제는 집에 가는 길에 새로 정돈한 길 위에 곱게 굳은 아스팔트가 강한 햇빛에 녹아서 깊게 파인 구덩이에 차 바퀴에 빠져서 공짜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무료할 수도 있던 인도 생활에 즐거움(?)을 주는 아주 감사한 선물이지요. 큰 일 없이 살아 남아 더위에 한풀 꺽이는 11월이 어서 오길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희망으로 이번 한 해도 인도에서 잘 버티고 인내할 듯 합니다. 계획도 적응도 아닌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인도에 오시는 분들 중에 이런 더위가 두려우신 분들이 있다면, 데칸 고원에 위치한 벵갈루루 같은 도시를 추천합니다. 고지대에 있어 일년 내내 나름 선선한 바람이 불고 평균 기온도 큰 편차가 없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더울 때는 덥던데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살기 좋은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한 번 가보시고 체류 도시를 정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단,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최근 BBC 기사에서 인도의 무더위와 이로 인한 사망의 원인에 대한 기사를 아주 잘 적었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공유합니다. 인도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그리고 어서 오셔서 이 핫한 느낌도 같이 느껴주길 기원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21년 만의 찜통더위 맞은 인도…모디 총리“폭염 대책 마련하라”

미국의 유명 SF 소설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2020년 베스트셀러 저서 'The Ministry for the Future’는 치명적인 폭염으로 인도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치 “원자 폭탄”처럼 타오르는 하늘과 이로 인한 열이 “얼굴을 강타하며” 눈은 너무 따갑고, “모든 게 그을려 베이지색이거나 참을 수 없도록 하얀색”인 세상이다. 물 또한 “목욕탕처럼 뜨거워 … 공기보다도 최악이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죽어간다.

지구 온난화를 기반으로 한 로빈슨 작가의 이러한 디스토피아 이야기는 그저 무서운 판타지일 수도 있으나, 소름 끼치는 경고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주 초 인도에선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나비 뭄바이 지역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린 정부 후원 야외 행사 후 열사병으로 12명이 사망했으며, 다수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실 인도는 전 세계에서도 더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며 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대폭 늘어났으며, 2050년까지 2~4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중 폭염이 나타나는 시기도 훨씬 앞당겨져 폭염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잦아지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다음 달 말까지 평년 기온을 웃도는 기온이 유지되며,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평균 기온은 1901~2018년 사이 약 0.7%나 상승했다. 기후 변화 또한 그 원인 중 하나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1992~2015년 사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2000여 명이나,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해 딜렙 마발랑카르 ‘인도 공중 보건 연구소’ 소장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인도 사회는 더위가 얼마나 심각한 일이며, 더위가 어떻게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발랑카르 소장은 지난 2010년 5월, 서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1주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망했던 예상치보다 800명이나 더 많이 사망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물론 사망의 원인은 다양했으나, 마발랑카르 소장은 해당 기록은 더위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이에 마발랑카르 소장은 연구진들과 아마다바드의 일일 사망자 수를 일일 최고 기온과 비교한 뒤, 기온이 45°C 이상 올라가면 붉은색 경고가 발령되는 등 3가지 색상으로 구분된 경보 시스템을 내놨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마발랑카르 교수는 아마다바드시를 도와 인도 최초로 폭염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당 계획은 실내 머무르기, 외출 전 물 많이 마시기,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응급실 방문하기 등 간단한 해결책을 담고 있다. 마발랑카르 소장에 따르면 이 무덥고 건조한 아마다바드시에선 이후 2018년까지 전체 사망자 규모가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한다.

더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나쁜 소식도 있다. 인도 전국적으론 이러한 폭염 시 행동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일례로 100만여 명이 야외에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나비 뭄바이 당국이 이러한 행동 계획을 제대로 수립 및 시행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인도의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CPR)’ 소속 아디티아 발리아탄 필라이와 타마나 달랄은 인도의 주, 지역, 시 차원의 폭염 행동 계획 37개를 분석한 최신 연구를 통해 여러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선 이러한 지역 당국의 계획 대부분이 “현지 상황에 맞게” 수립되지 않았으며, “폭염으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조사한 37개 계획 중 10개 계획만이 지역별 상황에 맞는 위험 기온 수준을 설정했으며, 이조차도 폭염을 정의할 때 기온 외에 습도와 같은 다른 요인을 고려했는지도 불분명하다.

필라이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 예측 등 그 지역별로 세분화된 폭염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마발랑카르 소장은 소규모 지역별 자동화된 기상 관측소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구진은 “폭염 취약 계층을 식별하고 타겟팅하는” 계획이 거의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야외에서 일하는 농장 및 건설 노동자, 임신부, 노약자, 어린이 등은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 인도 노동자의 약 4분의 3이 건설과 광산 등 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는데, 미 듀크대학 기후 전문가인 루크 파슨스 교수는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서 노동자들은 야외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있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진 탓에 육체노동 중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면서 충분히 체온을 낮출 수 없게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슨스 교수는 특히 폭염이라도 찾아오는 날엔 낮 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에 더 상황이 악화한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폭염 행동 계획을 수립한 아마다바드

필라이 연구원은 인도 사회는 “어떤 계층이 더위에 더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이들이 너무 더운 날엔 일을 쉬거나 체온을 낮출 장비를 갖출 여유가 있는지 등 세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시 면적의 불과 3%만 차지하는 지역에 더위 취약 계층 80%가 밀집돼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필라이와 달랄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 지역 당국의 폭염 행동 계획은 자금 부족으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며, 이를 집행할 법률 및 제도적 기반도 부족한 상태다. 아울러 투명하게 시행되고 있지도 않다.

사실 폭염 대책은 그리 복잡하지만은 않다. 지나치게 열기가 뜨거운 지역엔 나무를 심거나, 열이 모이지 않거나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 건축 설계 디자인 등을 채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다바드 연구진이 설명했듯,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뜨거운 꼭대기 층에서 낮은 층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도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너무 더운 날엔 작업자에게 보호 장비를 마련해 주거나, 그것도 안 되면 잠시 쉬거나 일의 강도를 늦추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는 게 파슨스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란셋’에 최근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선 2000~2004년과 2017~2021년 사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55% 증가했다고 한다. 2021년 기준 폭염 노출로 인해 인도에선 1672억 시간에 달하는 잠재적 노동 시간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인도 GDP의 약 5.4%에 해당하는 손실 규모다.

하지만 인도 국민들은 여전히 더위를 얕보며 그 위험성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정부 행사가 열렸던 16일 나비 뭄바이 지역의 최고 기온은 38°C를 기록했다. 그러나 행사 현장을 담은 사진을 보면 시민 수천 명이 차양이나 가리개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 그대로 앉아 있다. 양산을 들거나 머리에 수건을 두른 사람도 별로 많지 않다. “기온이 50°C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델리 지역에 산다”는 필라이 연구원은 “그런데도 양산을 들고 외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마무리했다.

인도의 정부 정책이나 시행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대책을 세우고 행동하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듯 합니다. 시행 효과도 뭐 그다지 이런 현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 우리의 많은 청년들이 차디찬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왜 아파야하냐고 분노했듯이 인도니까 덥다라는 당연한 팩트를 인정하지만 고통스럽다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도 표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행복하세요. 부디 모두들, 덥거나 춥지 않은 곳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유유자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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