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은 창의적이지 않은가? 인도의 주가드 혁신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인도 일간지 The Economic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인은 창의력이 부족하고 기술 세계를 혁신할 잠재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인도 교육 시스템의 암기 학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는 인도인의 창의성을 제거한다는 의견입니다. 인도인은 다음 스티브 잡스 또는 엘론 머스크가 될 수 없다고 말이죠. 제가 경험한 비혁신적인 인도 직원들을 봐서는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일방적으로 인도인을 비하한 사실에 수많은 인도인들이 분노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IT 4차 산업 혁명에서 인도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주도적인 혁신을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빅데이터 관리를 인도에 맡기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역향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도 IT 역량과 미래에 대한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발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즈니악은 기술적, 교육적, 재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도의 혁신가들에 대해 알면서 그런 발언을 했을까요? 인도인의 독창적인 혁신을 보여주고 인도가 차세대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인도의 '주가드 혁신'이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입니다.

 

'jugaad 혁신'이란 무엇인가?

'jugaad'는 힌디어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정신을 의미합니다. 절약적 혁신(frugal innovation)으로 불리며 기술 혁신 분야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을 위한 해결책으로 수년 전부터 주가드 혁신을 주목해왔습니다. 

단순히 없는 생활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살아남는 기술 같은 걸 말하는 듯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주가드는 인도에서 살아 숨 쉬며 힘을 발휘하는 문화입니다. '하면 된다' 같은 오래된 슬로건 같기도 하면서도 유연하게 문제를 파악하여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상황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아야 하는 단순하지만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도는 13억 8천만의 대국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나라입니다. 겉으로는 더럽고 복잡게 느껴지는 인도를 깊게 살펴보면 주가드 혁신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주가드 혁신 사례

1. Helpdesk 다용도 골판지 가방

인도 NGO에서 재활용 판지 폐기물로 만든 가방을 개발했습니다. 책상으로도 변신이 가능한 이 제품의 가격은 단돈 10루피(150원)입니다. 이 친환경 혁신 제품은 가방과 책상 조차 없는 낙후 지역의 학생들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2. Foldscope 마분지 현미경

인도 출신의 미국 과학자가 마분지를 접어서 만든 광학 렌즈 현미경을 만들었습니다. 제작 비용 1달러에 조립하는데 7분 정도 소요됩니다. 물체를 최대 2,000배까지 확대하며 말라리아 기생충과 바이러스 변종을 잡는데도 사용 가능합니다.

 

3. Paperfuge 수동 원심분리기

Manu Prakash 박사의 또 다른 발명품, 수동식 종이 원심분리기입니다. 어린이용 장난감에서 착안하여 90초 만에 혈장을 혈액에서 분리가 가능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의료 연구 및 진단 과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4. Mitticool 진흙 냉장고

진흙으로 토기를 만드는 인도인이 점토의 냉각 특성을 활용하여 저렴한 친환경 냉장고를 만들었습니다. Mitticool 냉장고는 내용물의 자연스러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했습니다. 

 

5. Jaipur Foot 초저가 보철물

이 제품은 폴리 우레탄으로 제작되어 다리 절단 환자가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보철물이 필요한 빈곤층에게 저렴하고 내구성 있는 대안으로 활용됩니다.

 

6. low-cost sanitary napkins 최저가 생리대

볼리우드 영화 Padman으로 유명한 이 개발자는 인도 농촌 지역에서 여성 건강과 위생 의식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개당 1루피의 생리대를 생산하는 제조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여전히 여성 월경 위생이 터부시 되는 환경을 극복하고 비싸서 사지 못했던 생리대를 저렴하게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7. Envigreen bags 친환경 비닐봉지

Envigreen 제품은 천연 전분과 식물성 기름을 활용한 인도 최초의 유기농 친환경 비닐봉지입니다. 자연분해가 가능하며 인도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큰 도전의 시작입니다.

 

8. Pedal Washing Machine 페달 구동 세탁기

14세의 이 어린 개발자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페달을 밟아 빨래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전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굳이 빨래터가 있는 강가로 가지 않아도 되는 더 나은 자유와 행복을 선물했습니다.

 

9. Tata Nano

지금은 실패한 사례로 불리지만 출시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로 유명한 Tata Nano입니다. 인도 거리에서 자주 보이던 이 차는 많은 중산층에게 차량 소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타타 자동차의 무모해 보이는 시도가 더 나은 결실을 맺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10. Bullet Santi 다목적 농장용 트랙터

구자라트 주의 농부는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오토바이를 개조하여 다목적 농장용으로 재창조했습니다. Bullet은 오토바이 브랜드 이름이고 Santi는 구자라티로 쟁기를 의미하는데 농업 활동을 위해 트랙터를 구매할 수 없는 농부들의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인도의 주가드 혁신 사례를 살펴 보시고 나니 인도인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셨나요? 낙후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혁신 위주로 소개를 해드렸지만 일반 기업에서 활약하면서 생활 속의 주가드 혁신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인도인이 존재합니다. 인도의 주민등록증, 아다르 카드 혁신만 해도 인도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으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대세인 지금, 세상이 좋아지는 방향성이 맞는지, IT 산업은 더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할 것이고 제조업 역시 자동화가 가속될 텐데 주가드 혁신이 의미가 있을까요? 넘쳐흐르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안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요? 누군가에게 혁신을 통한 메시지와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는 주가드 혁신가들에게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분명 우리는 기술 발달의 혜택을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이 누리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품을 소비하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면 인도의 주가드 혁신이 더 나은 제품으로 지구를 지키고 세상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대안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