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 환경 분석/인도 시장, 사회 트렌드

인도 브라만 카스트만 참가할 수 있는 경기가 있다고?

InKonnect 2021. 1. 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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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소개할 스토리는 2020년 연말에

인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로르 자리를 위협하며 

강력하게 떠오르는 남인도의 또 다른 도시,

하이데라바드에서 

인도의 상위 카스트인 '브라만'만

참가할 수 있는 크리켓 토너먼트를 열였습니다. 

 

크리켓을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영국을 필두로 영국 지배 하에 있던 국가들이 

즐기고 열광하는 인도의 국민 스포츠

정도로 아시면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인도 친구들과 몇 번

같이 하다가 흥미가 없어 포기했습니다.   

 

카스트 제도가 아직 인도에 공공연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이벤트라는 점에서 다수의 인도인들이

공분을 참지 못했는데요.

아래 홍보문을 보시면 'Brahmin 크리켓 토너먼트'

라고 적혀 있고 

"모든 플레이어는 의무적으로 신분증을

소지해야 하며 다른 카스트 플레이어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저도 직접 보고 놀랬는데요.

이건 뭐 조선시대도 아니고

양반 중에서도 종 3품 이상만

참가하는 격구 시합 광고도 아니고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실제로 한 신문사 기자가 홍보문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서 취재를 했는데

이번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지역 정치 단체의 승인을 받은 정식 이벤트로서

인도 사회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참가금은 대부분 기부를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가끔 카스트 제도나 이슈 관련해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인도인데 그 일례로 

우리로 치면 축구계의 손흥민 같은 존재인

인도 크리켓의 영웅 Sachin Tendulkar는

Brahmin 남성이 착용하는 실인 'Janeu'를

착용한 사진을 게시했고

누리꾼들은 그가 상위 카스트인 'Rajput 소년'

임을 증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Sachin이 "난 내 행동이 카스트 관련돼서

무슨 문제인지 모르고 상관 안 한다"라고

답변한 게 기폭제가 되었는데

자기 몸에 뭘 두르든 문제 될 건 아니지만

공인으로서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좀 더 책임감 있는 답변을 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소한 그냥 내가 좋아서 했다 정도였다면.. 

 

한 비평론자는 크리켓은

11 명의 브라만과 상위 카스트가 플레이하고

1,100만 하위 카스트

​​바보들이 보는 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선수 구성이 상위 카스트 위주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말 한마디로 문제가 되는 인도에서

브라만만 참가하는 일반인 크리켓 토너먼트라니

이슈가 될 법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이슈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짚고 넘어갈 이야기들이 많아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카스트 제도부터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카스트가 실제로 인도에 분명 존재하기는 했지만

영국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영국인들이 

카스트 제도를 인도 사회를 장악하고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더 강화시켜서

내부 분열을 조장했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참고로, 카스트 제도는

상위 카스트와 하위 카스트로 나뉘고

우리가 아는 상위 카스트는 

브라만뿐만 아니라

크샤트리야, 바이샤로 구성되고

하위 카스트는 수드라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이 네 카스트 분류

모두 자띠라고 해서 훨씬 더 많은

세세한 분류로 나뉘게 됩니다.

 

실제로 인도인의 이름을 보면

어느 카스트인지 가문인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카스트는

인도 사회에 그 잔재가 남아있죠.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이 날 법한

카스트 제도 최하단에 위치한

불가촉천민(Dalit, untouchable)은

말 그대로 손대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로

심하게 차별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문명화된 인도에서

신분상승 자체가 막혀 있는 건 아니고

공평한 기회 제공을 위해

지정 카스트(Scheduled Caste)

지정 부족(Scheduled Tribes에 대한

정부 일자리 및 교육 기관 할당량(Quota) 제도도

있어서 대학도 가고 공무원도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상위 카스트,

특히 브라만 출신 학생들이

할당량 제도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유로

분신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하위 카스트의 쿼터를 제외하고

나머지 자리를 학교와 직장에서 상위 카스트끼리

경쟁하는 양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육열과 수준이 더 높은

상위 카스트 출신들이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운다고 여깁니다.   

 

예를 들어, 구자라트주는 하위 카스트에

할당하는 공무원 비율이 50%나 되다 보니 

의대 진학에 실패한 청년은

“입학시험에서 90점을 얻고도 탈락했는데

할당제 적용 학생은 70점인데도 합격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면서

자신들도 할당 대상에 포함시켜주든가 아니면

기회의 공정성을 위해 하층민 할당제를

아예 없애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선거철마다 다수인 하위 카스트의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야심 넘치는 정치인들의 주무기다 보니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하위 카스트의 열렬한 지지와

일방적인 투표권 행사로

우따르 쁘라데쉬(Uttar Pradesh)에서

하위 카스트 출신 Mayawati여사 같은

주수상도 나왔었습니다. 

현 국무총리 모디 역시 '간치'라는

하위 카스트 계급 출신이라

부모님 따라 짜이 팔던 소년의

인생 역전 스토리로

대대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국무총리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인도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형태를 유지하고

실제로 돈이 최우선인 세상이 된 터라 

가난한 브라만도 쉽게 볼 수 있고

자수성가한 흙수저 하위 카스트 출신도 많습니다.  

인도인들도 돈 좋아합니다.

돈이 있어야 새로운 머니 카스트 제도에서는

최고인 건 전 세계 어디든 비슷한 듯합니다. 

 

헌법으로는 카스트 차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지만

카스트 제도가

제도적으로 '폐지'된 경우에도

여전히 사회적 구조로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실제 인도에서는 카스트 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벽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도

간혹 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내가 브라만인데 말이야

하면서 나대는 몰상식한 인도인은 거의 없고

한국처럼 어디 출신이세요랑은

결이 완전 다른 질문이니

카스트를 면전에서 묻거나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도에 오래 살거나 인도인들은

저희가 동양인들 모여 있으면

중국인, 일본인 구별하듯 

어느 정도 감으로 아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드니 우리는 자제해야겠죠. 

 

제가 다닌 대학원에서도 첫 학기 시작할 때

같은 카스트 애들끼리 모여서 밥 먹고 놀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 다들 뒤엉켜서 놀긴 했습니다만

은근 한국도 동향 사람 만나면 더 친해지듯

학연, 지연 개념처럼

아직은 인도 문화에 잠재되어

그 영향력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브라만 카스트 신부감을 찾는 광고

 

인도에서 신문을 보다 보면 신기하게도

결혼 광고가 있고 아주 상세한 정보로

신랑이나 신부 대상자를 찾습니다.

특히, 카스트명이 명시된 광고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구혼 광고 문구는

따로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우리도 일제 시대에 남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처럼

인도 사회도 아쉬운 점은 안고 가면서

스스로 민주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줄 정리

학교에서 배운 카스트 제도 생각보다

인도 사회에 많이 남아 있고 

인도 문화를 이해하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된다. 

 

더 짧은 한 마디 정리

카스트 제도보다

더 짜증 나는 게

금수저, 흙수저 사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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