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 환경 분석

경제 안보 시대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부상하는 인도의 전략과 시사점

InKonnect 2023. 5. 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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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 및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특징되는 국제질서의 대변화 속에서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 역시 급변하는 국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에 박차를 가할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글로벌 지정학·지경학 변화 속 인도의 전략을 분석하고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본다.

 

글로벌 대변동 속 급부상하는 인도

인도의 순간(India’s Moment)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 최다 인구 국가, 기회의 땅, 중국 공급망 대안 등 최근 인도에 많은 이슈가 따라다닌다. 애플 공급자인 폭스콘이 인도 첸나이 공장의 아이폰 생산을 두 배 이상 증산하는 계획과 추가 생산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포스트 팬데믹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더욱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인도를 주목한다.

현 국제질서는 전례 없는 도전과 위기들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무역 갈등에서 시작하여 안보, 군사, 경제 및 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미·중 간 경쟁이 블록 간 진영화로 격화됨에 따라 그동안 중국에 의존했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은 탈중국화의 대안적 공급망 파트너로 인도를 적극 고려한다.1)

인도는 냉전 이후 비동맹(non-alignment)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줄곧 역동적 글로벌 경제 질서의 주변부에 머물러 왔다. 하지만, 탈냉전과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개혁을 단행하여 글로벌 경제 중심으로의 진입을 모색하고 세계 주요국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다층적 제휴(multi-alignment)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인도의 전통적인 세력권인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의 진출 확대와 인도-중국 국경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로 인해 인도는 공세적 중국과의 전면적 군사 충돌은 원하지 않지만, 중국을 견제·억제하기 위한 미국 등 주요국들과의 안보 및 전략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현재 인도는 남아시아 및 인도양에 대한 영향권 유지를 위한 국가 발전의 필요성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에 맞춰, 미국 등 서구 주요국들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찾아오며 인도는 역사상 전례 없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기지로 부상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제질서의 변동과 그에 따른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정치의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서방 세계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단행하였다. 하지만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줄곧 소극적이고 중립적 입장을 견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호주 등 인도의 쿼드 협력국은 인도에 대한 압박보다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의 전략적 가치에 집중하였다. 이들 국가는 인도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및 무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지원과 협력을 모색하면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다 인구 대국이 되었으며 가장 풍부한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2) 이미 영국을 앞질러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2025년에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림 1. 인도·영국 GDP 예상 추이

출처: 아시아경제3)

표 1. 2023년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세계미국EU일본한국인도신흥국
2.9 1.4 0.7 1.8 1.7 6.1 4.0

출처: IMF

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열악한 인프라, 허약한 제조업 기반, 높은 실업률과 부족한 젊은 층의 일자리,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 등 산적한 문제들은 단기간 내에 완전히 해결되기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도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생산기지 대안에 대한 초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인도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여러 호재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최근 인도 내 소비시장의 성장, 빈곤율의 급격한 감소, 모디 정부의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노력 등 점차적으로 긍정적 요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탄력성 구축을 위해 제조 및 공급망 전략을 조정함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 안보 변화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이러한 글로벌 위기는 인도 역사상 전례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1) Lalit Das. “India playing a major role in the global supply chain system.” The Times of India. April 15, 2022.2) “중국 제치고 인구 최다국 인도, ‘세계의 공장’ 자리도 눈독.” 연합뉴스TV. 2023.1.23.3) “반도체로 도약 노리는 印 ‘2023년 GDP 세계 3위 꿈’ [글로벌포커스].” 아시아경제. 2022.9.13.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인도의 적극적 행보

인도는 자국에 온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글로벌 강국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선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 등 쿼드 협력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적 효과(security externality)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즉, 유사 입장국들과의 이슈 중심 소다자 협력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 이익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경제안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일·인·호 4자 안보 협의체로 출범한 쿼드는 협력 범위를 비군사적 영역까지 확대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코로나 백신 공급을 위해 인도에 백신 생산을 맡겼다.

또한 2022년 출범한 I2U2(India-Israel-US-UAE) 소다자4) 협력은 인도양·서남아시아 식량 안보와 재생 에너지 역량 강화를 위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의 인도 경제에 실질적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도-일본-호주 공급망 회복 이니셔티브(India-Japan-Australia 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 역시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를 포함한 글로벌 및 지역 공급망 취약성에 대응하고 이들 세 국가가 무역에 있어 상호보완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미국과 인도는 반도체, 5세대 및 6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및 신흥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을 골자로 하는 파트너십(iCET: initiative 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을 구축하였다. 이와 함께, 인도는 경제 협력에 있어서도 다자무역협정에 들어가기보다는 철저하게 국익에 입각하여 선택적으로 양자 자유무역협정 위주로 무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랫동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위한 협상에 참여했던 인도가 2019년 최종 타결 단계에서 불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신 현재 인도는 유럽연합,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 다수의 주요국과 맞춤형 경제협정을 체결하거나 체결 협상 중에 있다.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크(IPEF) 참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이 경제프레임워크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4가지 분야 중 선택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인도 경제에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공급망이나 청정에너지·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면, 무역과 디지털 경제 부분에 대한 참여에 있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4) 소다자(minilateral): 양자 관계를 형성하는 2개국을 초과하는 숫자를 의미하며 최소 단위로 3개국(trilateralism), 최대 10여 개국 정도를 관습적으로 의미함.

 

한국,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대인도 협력 확대 절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다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급망 부분에서 단기간 내 탈중국화를 완전히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나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 및 기술 부문에 대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정학적·지경학적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제라도 인도와의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질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음의 실행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인도의 상황을 통해 볼 때 글로벌 공급망 기지로써 중국을 완전하게 대체하기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생산기지의 주요 축으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사 입장국들이 인도를 한 축으로 하는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 경제 질서 재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도와의 전략적 비전과 이익 공유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및 첨단 기술 협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둘째, 다양한 경제안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인도와의 실질적인 접점을 많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써는 한국과 인도가 공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와 쿼드 워킹 그룹 내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공급망과 청정에너지·경제 분야에서 양국 간 접점 모색을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쿼드 워킹 그룹 내 운영 중인 12개 분야 중 핵심 및 신기술 협력이라든지 공급망 회복 등의 분야에서 인도와의 양자 혹은 인도를 포함한 삼자 및 소다자 협력 네트워크를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도와 다른 협력국이 참여하는 소다자 경제안보 협력 네트워크 추진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조원득(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연구교수)본 칼럼은 저자가 22년 12월 발간한 ‘최근 국제정치 변화 속 인도의 전략적 부상과 쿼드 협력 동향’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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