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교수 2023. 4. 17.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가 고질적인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19일(이하 현지시각) “인도에서 실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인도의 2월 실업률은 7.45%로 1월 7.14%보다 상승했다”고 밝혔다.인도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혀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 성장률이 올해 6.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2027년이면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가 올해 중국을 추월한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반사이익으로 생산 기지 역할이 확대된 점 등을 고려한 전망이다.하지만 인도 경제는 9억 명이 넘는 생산가능인구(15~60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의 전체 성인 인구 대비 노동참여율은 46%에 불과하다. 심지어 고용 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여성의 비율은 전체 성인 인구의 10%도 넘지 못하는 상태다. 전체 노동참여율만 놓고 비교하면 중국(68%), 미국(61%)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높은 실업률이 인도를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인 셈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자제품, 첨단 배터리 등 제조업체의 공장 유치를 목적으로 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필자는 이런 인센티브 정책이 효율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조업체의 이익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필자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여성 노동력의 활용 등이 중요하다”며 인도에 대한 낙관적 경제 전망을 믿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부는 2021년 12월부터 100억달러의 반도체 공장 유치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인도의 엘리트들은 자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이런 낙관론은 해외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IMF는 인도의 GDP가 올해와 내년 각각 6.1%, 6.8%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며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심지어 다른 국제 평론가들은 앞으로 인도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인도는 위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인도의 경제는 두 차례 급격히 악화했다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3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은 3.5%로 2019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향후 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최근의 반등에 따른 추정치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제약이 대부분 해소됐음에도 지난해 하반기 인도의 경제는 둔화했으며, 이러한 약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이를 호황으로 묘사하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대평가가 인도의 독립 이후 75년간 지속된 일자리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인도는 경제 활동 인구를 위해 2억 개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해결하기 어렵다. 지난 10년 동안 구직자가 700만~900만 명 증가했음에도 이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를 하나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구통계학적 압박은 시위나 일시적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9년에는 인도 철도청의 신규 일자리 3만5000개에 구직자 1250만 명이 몰렸었다. 인도 철도청이 지난해 1월에도 아직 일자리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발표하자 지원자들은 기차에 불을 지르고 기차역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도시의 일자리 부족으로 수천만 명의 근로자는 농촌으로 돌아갔다. 인도의 농업 분야는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45%를 고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에서는 많은 이가 적은 수의 일자리를 공유하면서, ①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에 시달리고 있다. 농민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정부는 농촌의 고용 보장 지원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임금 지급조차 지연시켰고, 이는 시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도록 했다.
현재 인도의 경제는 망가져 있다. 문제는 영세하고 경쟁력 없는 제조업 부문에 있다. 1980년대 중반 자유화 개혁 이후 인도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하락해, 현재 14% 정도다. 전 세계 제조업 수출에서 인도의 비중은 2% 미만이며, 지난해 하반기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제조업 분야는 더욱 위축됐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7%, 25%로 상승하고 있다. 대만, 한국, 중국, 베트남은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 수출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인도의 인구수는 10억4000만 명에 달하지만, 인구수가 1억 명에 불과한 베트남과 비교해 거의 같은 수준의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다. 심지어 베트남이 곧 인도를 앞지를 전망이다.
인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믿는 사람들은 최근 두 가지 일에 주목한다. 첫 번째로 애플 협력 기업들이 인도에 초기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인도의 품질 관리 및 제조 과정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는 행보가 인도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추측은 실현 가능성이 있지만, 학계 분석과 언론 보도는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학자인 고든 하워드 핸슨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을 값비싼 연안 중심지에서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덜 발전된) 내륙으로 이전할 것이라 예상한다. 게다가, 중국을 떠나는 투자자들은 주로 ②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인도는 RCEP에 가입하지 않았다. RCEP에 가입하면 다른 회원국들이 쉽게 인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중국에서 철수하는 대부분의 미국 제조업체는 멕시코와 중미로 ③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하고 있다. 일부 투자가 인도로 유입될 수는 있지만, 지난해 인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21년보다 감소했다.
두 번째는 2021년 초 인도 정부가 도입한 생산연계 인센티브 제도다. 하지만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이 경고했듯이, 이러한 제도는 제조업체에 부여했었던 과거의 혜택과 마찬가지로 결국 기업의 이익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앞세운 인도의 영웅적 행보는 사라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호황은 저렴한 자금과 일부 고객의 온라인 구매 급증에 의존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스타트업 전망은 어둡다. 소규모 고객층의 구매는 둔화하고 있고, 에듀테크 대기업인 바이주 같은 기업도 자금이 고갈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난 반등’이라는 환상을 빼면 인도의 경제 전망은 암울해 보인다.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정부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희망적인 사고와 허울만 있는 산업 인센티브 정책보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여성 노동력 활용을 통한 경제 발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Tip
① 노동의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되지 못한 상태. 비자발적 파트타임 등으로 취업은 했으나 완전한 고용 상태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를 가리킨다. 고용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고용된 상태에서 구직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사실상 실업자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②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15개국이 가입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약 30%에 달하며, 인구 규모로는 23억 명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협정이다.
③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전략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행보로 동남아 등지로 ‘니어쇼어링’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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