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 환경 분석

피자가 인도로 간 까닭은?: 고피자 임재원 대표 인터뷰

InKonnect 2021. 3.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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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인도로 간 까닭은?: 고피자 임재원 대표 인터뷰

 

2020년 2월 10일 by 최기영

 

최기영(ㅍㅍㅅㅅ 본부장, 이하 최) : 고피자는 푸드트럭으로 아는데, 인도까지 진출하셨네요.

임재원(고피자 대표): 푸드트럭은 엄밀히 말하면 실험이었어요. 2015년에 지금의 모델을 처음 생각했었고, 1년 가까이 시장 조사하고 피자헛에서 알바도 하고. 그러다가 뭔가 시작해봐야겠다 싶었죠.

최: 그게 푸드트럭?

임재원: 네. 우리가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오퍼레이션이에요. 어떻게 하면 맛있는 피자를 3–4분 만에 사람 손을 최소화해서 만들 수 있느냐 거든요. 지금까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고, 당시 우리 생각이 옳았는지 테스트해 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푸드트럭으로 바로바로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보자는 생각에 푸드트럭이란 결론이 났죠. 매장 내기에는 돈이 없기도 했고요.

최: 그게 대박이 났군요?

임재원: 대박은 아니고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오일장이나 조기축구회, 어린이 생일파티 같은 데서 하다 보면 기업 행사 나 이런 곳에서 불러주겠지 했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밤도깨비 야시장에 들어가게 된 거죠. 새 트럭으로. 그래서 일이 좀 수월하게 풀렸던 것 같아요.

최: 피자를 3–4분 안에 만들자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임재원: 제가 원래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별생각 없이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를 좋아해요. 그런데 피자는 접근성이나 편리성(?)이 떨어지더라고요. 피자를 편히, 빨리 먹고 싶은데, 소비 접근성이 맥도날드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니까 피자를 편하게, 빠르게 먹게 해주면 소비가 더 많이 일어나지 않겠냐 싶었던 거죠. 어느 날 맥도날드에서 피자 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피자라는 이름과 콘셉트를 발전시켰죠.

고피자 임재원 대표.

최: 밤도깨비 야시장에 푸드트럭이 우연히 들어간 거예요?

임재원: 정말 우연이었죠. 밤도깨비 야시장이 막 생긴 첫해였거든요. 사실 푸드트럭 업계 자체가 알음알음하는 사람들의 세계였어요. 근데 처음으로 서류접수를 받고 품평회를 하고 이런 프로세스가 도입된 게 밤도깨비 야시장이었죠. 제가 문서 작업은 잘하거든요? 서류도 잘 쓰고 품평회 때 발표도 나쁘지 않게 하고 해서 덜컥 된 거죠. 사실 길거리 경험 없이 피자가 떡 하니 나타나니 주위에서 견제를 많이 했어요. 뒤에서 수군수군 대며 장사 안 해본 것 같은데? 이러고. 그냥 모르는 사람인데 저희 트럭 올라와서 보고 그랬거든요.

최: 그때 푸드트럭 비즈니스의 특성 이런 건 많이 배우셨을 것 같은데?

임재원: 일단 기업화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사업 자체가 외부 환경에 너무 민감해요. 날씨, 행사 주최, 행사 성격, 옆에 무슨 트럭이 있는지 등. 내 프로덕트와는 관계없이 외부 환경에 의해서 흥망이 결정되는 거예요. 파도에 휩쓸리는 거죠. 파도가 잘 쳐 주면 완전히 프로 서퍼가 되는데 파도가 안 쳐주면 수영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정도라 보시면 돼요. 기업의 역량보다는 외부 환경에 민감한 사업이라서 트럭이 막 100–200대 되기는 힘들겠다 싶었죠. 매출이 하루에 800만 원 나왔다가 어디 가서는 25만 원 나오고 그랬어요.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허가받은 곳에서만 장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죠.

최: 거의 팝업스토어 형태의.

임재원: 근데 팝업보다도 더 철새처럼, 거의 매일 옮겨 다녀야 하다 보니, 제품보다는 영업력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한 거예요. 이 행사 가서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 어 그래 다음 행사 때 내가 데려갈게 이러면 또 그렇게 가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보니. 어떤 푸드트럭은, 가는 장소마다 메뉴를 바꿔요. 여기 갈 때는 떡볶이, 저기 갈 때는 아이스크림, 이런 식으로 하는 분들 되게 많거든요. 목표는 맥도날드식 피자를 만드는 건데, 푸드트럭은 굉장히 멀리 있다 싶었죠.

최: 그 당시에 몇 명 정도를 운영하셨나요?

임재원: 그때 알바생이 10명이 넘었어요, 한 타임에.

최: 계속 돌려야 하니까?

임재원: 밤도깨비 야시장이 오후 6–11시까지 5시간 하거든요. 그러면 3시부터 준비해요. 3–11시까지 저는 거의 10명을 썼어요. 하루에 인건비를 120만 원씩 썼죠. 매출이 그때 하루에 700–800만 원씩, 5시간 동안 나왔으니까…

최: 근데 재료비랑 따지면…

임재원: 예, 그러니까 해보니까 남은 게…

최:  그때 기술 개발 쪽에 전념했던 거예요?

임재원: 아뇨, 처음에는 저는 기술 개발이나 뭔가 지금 고피자가 가진 기술 미션에 전혀 생각이 없었고, 그냥 어떻게 하면 피자를 빠르게 만들지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푸드트럭에서 화덕을 도입했던 거고요.

최: 지금 화덕은 넣으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식이죠?

임재원: 그렇죠. 예전에는 화덕에 피자를 넣은 뒤 사람이 계속 돌려주고 그래야 했는데, 이제는 넣어 놓고 딴 일을 할 수 있죠. 저희가 추구하는 건 ‘혼자서 운영이 가능한 주방’이거든요.

편리한 푸드트럭식 화덕 덕분에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최: 그러면 점주님들한테 어필 포인트는 그런 최대한의 자동화가 된 조리기구인데 맛도 어느 정도 있는.

임재원: 그렇죠. 거기에 가격 경쟁력도 있고, 이제는 찾아가서 먹을 수 있는 피자집이 거의 없으니 그것도 차별화 지점이고요.

최: 그게 피자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사라지는 느낌이 있는데 왜 그럴까요?

임재원: 일단 경제 상황이나 사회적인 구조가 많이 바뀐 거고요, 패밀리레스토랑이 아웃백 말고는 다 없어졌잖아요? 2–3만 원 가서 내고 미스터피자나 피자헛 먹을 바에 좀 더 고급지게 먹자, 아니면 3,000원짜리 편의점 혜자 도시락 먹자, 이런 소비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중간 세그먼트가 많이 날아갔다고 판단하죠.

최: 그 중간에 있는 세그먼트에 들어가서 운영비를 최대한 줄이고…

임재원: 한남동 가서 피자 먹을 사람들은 우리 손님은 아니고, 맥도날드나 써브웨이에서 점심 먹을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우리 매장에 올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완전히 가성비는 아닌, 맘스터치 이런 곳이랑 경쟁하겠다는 거죠.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가성비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최: 지금 매장은 몇 개까지 늘었어요?

임재원: 계약 기준으로 해외 매장까지 하면 60개예요. 해외는 인도에 4개. 2개는 운영 중이고 2개는 지금 공사 중이에요. 2월 초에 오픈합니다.

최: 국내에서 더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였는데 인도로 간 이유는?

임재원: 국내에서 잘 된다는 전제하에 1,000개를 5년 안에 달성할 거라고 봐요. 근데 그 5년 이후에 프랜차이즈들이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죠. 그러면 상장하기도 힘들고.

최: 예고된 위기?

임재원: 그러니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하는 거예요. 지금 체력이 있을 때 투자하자, 지금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력이나 해외 시장이 1–2년간은 결과를 못 내고 힘들겠지만 한국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미리 자리를 잡아서 꾸역꾸역 만들어 3–4년 뒤에는 성과를 내자, 고피자의 한국 시장이 포화했을 때 그대로 그 동력을 인도로 옮기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삽질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최: 여러 나라가 있었을 텐데 인도를 간 이유는?

임재원: 5년 후에는 전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시장이 될 거고, 그러면 상업적으로 먹을 건 같이 따라가는 거거든요. 그 사람들이 다 모이면 뭘 먹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선점해놓는 의미가 크고요. 외식산업만으로 생각해 보면 인도가 소고기를 못 먹잖아요. 그러다 보니 햄버거나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프랜차이즈들이 맥을 못 춰요. 그나마 현재 인도에서 최고 위치를 차지한 프랜차이즈가 도미노피자인데 매장이 1,200개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근데 앞으로 도미노가 인도를 다 먹게 되면 도미노를 누구도 영원히 쫓아갈 수 없게 돼요. 우리가 당장 도미노를 앞서지는 못하겠지만 너무 큰 시장에 하나의 플레이어만이 독점적으로 들어가 있는 게 좀 아깝다 싶었어요. 지금 맨땅에 빨리 헤딩해서 도미노가 100개의 매장을 낼 때 우리는 1,000개 낼 수 있는 확장성을 확보해서 제대로 도미노랑 붙어보고 싶은 거죠.

최: 인도랑 한국이랑 같은 피자지만 비교되는 점이 꽤 될 것 같은데요.

임재원: 인도에서는 일단 가격 경쟁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도미노피자에 900원짜리 피자가 있거든요. 그것보다 어떻게 싸게 만들겠어요. 물론 그게 주력 상품은 아니에요. 4,000–6,000원 정도의 피자가 제일 많이 팔리죠. 한국 빼고는 도미노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저가 브랜드로 인지가 되거든요. 그냥 싸구려 피자. 그러다 보니 인도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기는 쉽지 않아요. 근데 인도가 굉장히 특이한 게 유선 전화기 쓰다가 갑자기 5G 폰을 쓰고, 외식업에서도 길거리 음식 먹다가 갑자기 샐러드 먹기 시작하고 그런 패턴이 모든 산업에서 다 보여요.

우리의 제품은 어쨌든 화덕 피자고, 인도에서 우리의 전략은 한류가 그나마 유명하니 한국에서 온 좀 새로운 화덕피자, 이렇게 포지셔닝했죠. 한국에서 고피자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지만, 인도에서는 퀄리티 면에서 승부를 보는 거예요. 전략이 달라요. 실제로 인도에서 맥도날드는 프리미엄 브랜드거든요. 비싼 편이죠. 도미노 같은 경우엔 한국에선 프리미엄이지만 멕시코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저가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우리도 전략을 나라마다 달리 갈 필요성도 있고, 당위성도 있다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인도가 피자에 대해서는 한국보다도 오히려 관대한 것 같아요. 식사로 하는 데 있어서. 아무래도 식문화 자체가 빵에다가 뭐 올려 먹고 그러다 보니까, 한국보다는 서구화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커리도 난이라는 빵과 함께 먹는다.

최: 인도에서만큼은, 큰 메이저들이랑 붙어도 할만하다?

임재원: 그렇다기보다는 시장이 워낙 커지기에 빨리 쫓아가면 우리가 충분히 먹을 게 생길 거라는 거죠. 인도는 이미 7조 원짜리 피자 시장이에요. 북미가 한 50조 하거든요. 인도가 지금 피자 시장이 연간 성장률이 20%가 넘어요. 1년에 1조씩 늘어난다는 얘기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걸 도미노가 혼자 커버하기에는 시장 자체가 너무 커요. 미국은 그 50조짜리 시장 안에 도미노, 피자헛, 동네 피자 등 수도 없이 들어가 있잖아요. 근데 인도는 지금 그럴만한 플레이어가 없어요. 도미노가 다 독식한 거죠.

최: 인도 진출하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

임재원: 그렇죠. 죽을 것 같죠. 그런 것들을 우리가 내재화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도 파견된 직원들한테 항상 얘기하는 건, 인도에서, 발붙이고 숨 쉬고 사는 거 자체가 차별화고 핵심 경쟁력이다, 우리가 그거 하는 데 얼마나 걸렸냐, 그 얘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무법지대일 것 같고 뭔가 절차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나라인데, 한국보다 더 절차들이 명확하게 있고 빡빡하게 있죠. 문제는 그 절차를 해석하는 사람들마다 다 달라요. 4배로 복잡해지는 거죠. 절차도 많은데 해석하는 건 또 그 사람들 마음이고, 하다 보니까 절차가 있지만 없는 것 같은데 또 있고, 이런 그런 되게 혼란스러운 나라죠.

최: 스피드는 어때요?

임재원: 굉장히 느리죠. 한국에서 하루에 할 일들을 거기는 거의 일주일 걸려서 나눠야 해요. 한국에서 미팅을 강남에 몰아서 하면 하루에 5–7개씩 할 수 있잖아요. 인도는 하루에 미팅 3개 하면 진이 빠져서 못 해요. 그냥 앉아 있어도 경적이 계속 울려요. 화이트 노이즈가 자동차 클랙슨이죠.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고, 모든 게 ‘빵’ 소리로 소통이 되니까 그냥 가만히 있는 것 자체의 피로도가 엄청 높아서 빨리 지치고요. 교통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이동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 처리가 굉장히 느리죠. 인도의 1년은 한국의 5년 같이 흘러가는 거예요.

두 번째로 신뢰. 저는 신뢰가 돈이라는 생각을 인도 가서 처음으로 해봤거든요. 신뢰가 없음으로써 발생하는 직접 비용과 간접비용이 엄청나요. 예를 들어서 인도 첫 매장을 4–5평짜리로 냈어요. 한국에서는 현장 근로자분들 2–3일만 하면 나오는데 인도에서 3달 걸렸거든요. 창문 하나 다는 데 3주 걸리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지나가는 창문업자 붙잡고 ‘언제 돼요?’ 하면 금방 되잖아요? 근데 인도는 안에 들어오기로 한 주방 집기가 3일 있다 온다고 했으면, 그거에 맞춰서 뒤에 일정을 다 짜놨는데 안 지키니까 그 뒤 일정도 다 깨지고 다 같이 밀리는 거죠. 그런 일들이 그냥 일상이에요. 창문을 토요일까지 해온다고 되게 자신 있게 얘기해요. 오케이, 근데 그날 전화하면 연락 두절. 한 3일 뒤 연락돼요. 너 왜 그래? 하면 장모님이 돌아가셨대. 미안하다고, 목요일까지 갖다준대. 목요일 전화해보면 또 안 해요. 그다음 날쯤에 연락이 돼서 아 오늘 간다, 그럼 실제로 너 오는 거 구글맵 캡처해서 보내라 그래요. 그럼 와요. 그런데 잘못 해왔어요. 똑같은 프로세스 또 반복하고. 그렇게 하면 3주가 그냥 지나가요. 그게 밀리면 그 뒤에 모든 게 다 밀리잖아요. 그게 일상이에요.

최: 되긴 돼요…?

임재원: 되긴 돼요. 떼먹진 않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해 주긴 해 줘요. 근데 굉장히 느리게 해 주고, 거기 로컬들도 그거에 익숙해져 있어요. 우리가 외부인이라서 차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장모님이 돌아가셨대, 3주 있다 하자.’ 이게 당연한 거예요. 당장 내일 내일 해야 한다, 타임라인에 딱 맞춰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별로 없어요.

사업하기엔 답답하겠지만 여유가 넘치는 나라….

최: 어찌 보면 굉장히 여유 있는 나라네요.

임재원: 그렇죠. 여유가 굉장히 많고 공휴일도 너무 많아요. 종교마다 공휴일을 다 설정해놔서 얘네 종교 공휴일에 쉬고, 얘네 종교 공휴일에 쉬고… 이러니까 실제로 매장 운영해 보면 한 달에 운영한 날짜가 열흘밖에 안 되고, 그럴 때도 있어요.

최: 그런데 시장이 커진다고요…?

임재원: 가보면 역동성이 느껴지고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는 게 느껴져요. 빈부격차가 굉장히 크잖아요. 엘리트 집단, 교육을 잘 받은 집단들은 선진국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금방 올라온 거예요. 워낙 머리도 좋고 하니까. 근데 그 밑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아직 못 따라오는 거죠. 길거리에서 소젖 짜고, 근데 엘리트 집단이 1%라도 인구가 워낙 많으니까 이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게 어마어마합니다. 실제로 고급 쇼핑몰이나 상류층들이 가는 데를 가면, 오히려 미국보다도 더 좋은 곳 많아요. 미국이나 싱가포르 이런 진짜 탑 티어 국가들이랑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아요. 이 나라를 한 단어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그 스펙트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나라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가 없죠.

최: 거꾸로 우리나라의 손재주 좋은 기술자분들이 가면 날아다닐 수 있는…

임재원: 저는 대박일 거로 생각해요. 거기 저희 매장 인테리어 공사하는 데 나사를 손으로, 핸드 드라이버로 풀어요. 전동드릴을 보여주면 감동받고. 땅 파는 것도 곡괭이로 깨고, 한국에서 매장 철거는 반나절이면 되는데 인도에서는 전선 하나씩 벗기고, 나사 하나씩 푸니까 철거하는 데 일주일씩 걸려요. 저는 지금 인도에서 한국 기술자분들이 사업 차리시면 대박 날 거로 생각해요.

최: 빨리 끝내고 딴 거 하고 빨리 끝내고 딴 거 하고, 똑같은 가격 받아도 훨씬 더 일 많이 하고…

임재원: 그러니까요. 한국의 손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 장비 갖고 가서 하면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시공비도 한국보다 오히려 더 비싸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 가서 하면 되게 잘될 것 같은데.

최: 인도 시장에서 제일 중점으로 두는 건 브랜딩?

임재원: 지금은 그냥 버티고 결과 내기죠. 나라가 너무 커서 브랜드를 알리는 게 지금은 불가능하고요, 그냥 잘되는 매장 하나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인 거죠. 한국에서 푸드트럭 했듯이, 인도에서는 매장 한두 개 제대로 동작시키는 것. 그리고 그걸 복제하는 건데. 우리가 한국에서 하던 건 분명 안 먹힐 것이니 인도에서 먹히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최: 어떤 게 잘 안 먹히던가요?

임재원: 일단은 가격 경쟁력 없다는 점. 피자를 1,500원에 파는데 비싸다고 하니까요. 다음으로는 인도 식자재로 기본적인 수준의 피자 만드는 것.

현지 식자재로 해야 한다는 것은 요식업의 기본!

최: 인도 식자재로 만드는 게 어렵나요?

임재원: 맛도 다르고, 식자재들이 상태가 워낙 안 좋으니까. 거기는 냉장/냉동 유통도 안 돼요. 그냥 오토바이에 실어서 운반하니 몇 시간 걸릴지도 모르고, 거의 다 상온 유통이 되다 보니 그에 맞춰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최: 직원들 대했을 때는 인도인 특성이 있나요?

임재원: 아직까지는 조직에 순응하고, 윗사람에게 굉장히 깍듯한 게 있죠.

최: 예전에 기억나는 게 대학원 때, 한국인들이랑 인도인들이랑 비교하는 외국 교수 얘기가 있었어요. 한국인들은 뭔가 시키면 묵묵히, 조용히 있다가 마지막에 결과를 갖고 오고, 인도인들은 뭘 시키면 계속 아 저 이거 합니다 잘 되는 중입니다 계속 얘기한대요. 한국인들 결과가 더 좋은데, 인도인들이 중간에 계속 리포팅하니까 얘가 더 믿을 만하다는 거죠.

임재원: 그런가요? 오히려 인도 사람들의 특성은 좀 오버 프로미스를 잘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뭐 물어보거나 말하면 다 전문가예요. 아 걱정하지 말라고. 다 안대요. 근데 다음날 장모님 돌아가셨다고 하는 거고. 진짜 장모님 돌아가셨다는 거를 지금 몇 번을 들었는지(…) 뻑하면 누가 돌아가셨대. 근데 그게 진짜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주 죽으니까. 평균 수명도 짧고.

그래서 오버 프로미스는 분명하고, 노동력 수준이 낮죠. 한국보다는 훨씬 낮죠. 일단 월급 자체가, 저희 아르바이트생들 20–30만 원이에요. 한국인 1명이 할 거를 5–6명이 하고. 그런 로열티도 없어요. 또 옆집에서 100원 더 주면 그다음 날 바로 가버리거든요. 그래서 그런 어떻게 보면 노동력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애로사항은 분명히 있죠.

최: 월세 수준은 어떻게 돼요?

임재원: 한국이랑 똑같아요. 좋은 자리다 하면 300–400만 원이고.

최: 건물주는 엄청 돈 버는 구조네요.

임재원: 그렇죠. 그러니까 빈부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근데 인건비는 싸니까, 그리고 식자재도 거의 비슷하거든요? 핵심 재료들, 도우가 원래 한국에서 제일 비싼데 현지 생산을 해서 많이 낮췄어요. 도우를 만드는 사람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에요. 인건비가 싼 걸로 다 충당해야 하는 거예요. 월세 똑같고 식자재비 거의 똑같아요. 그럼 마진폭이 진짜 슬림해지는 건데, 그 마진폭을 인건비로 다 충당해야 하죠. 인도에서 외식업이 결코 쉽지는 않아요.

최: 박리까진 모르겠지만 다매는 무조건해야 하는 구조.

임재원: 그렇죠. 그리고 그게 가능한 구조에요. 1인당 식당 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최: 거의 다 와서 먹어요? 아니면 우리나라는 배달이 워낙…

임재원: 한국도 사실 배달이 뜬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60% 이상이 가서 먹거든요. 인도도 아마 비슷할 것 같아요. 인도는 가서 먹거나 집에서 해 먹는 게 아직은 제일 많고요. 배달도 늘어요. 그리고 배달 인건비가 싸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서 먹느니 배달해 먹자 하는 거고. 한국보다 오히려 우버, 그랩, 우버이츠, 조마토, 스위기, 이런 배달 앱들이 한국보다 더 진화돼 있어요. 그런 거 보면 신기하죠.

최: 결국은 사람이 몸으로 때우는데.

임재원: 네, 다 사람이 때우는 게 그 나라는 지금 제일 싼 거예요.

최: 20년 전 중국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임재원: 인도는 조금 더 IT 지향적이고, 그런 기업이 들어와서 이미 오랫동안 투자해놨으니까 훨씬 더 나중에 폭발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굉장히 IT 지향적인 나라다. / 출처: Forbes India

최: 고피자도 IT 지향인 것으로 아는데요.

임재원: 맞습니다. 주방을 더욱 간소화하고 싶은 거죠. 외식업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에요. 사람을 교육해야 하고, 그 사람이 이탈하고, 그 과정 안에서 수익률이 악화하는 그 부분이 외식업의 가장 큰 약점이거든요. 예를 들어 매장 A에서 한 명이 근무할 수 있는 이론적인 구조를 만들어 놨어요. 근데 얘를 교육하려면 한 명의 교육자가 필요하죠. 근데 교육자가 이 친구를 교육하는 동안 100% 자기 역량을 못 내요. 그러니까 이 친구를 커버해 줄 또 한 명이 필요해져서 3명이 일하는 거죠. 수익성이 안 좋아요. 한 달만 교육하면 이론으로 갈 수 있는데 한 달 있다가 얘가 관둬요. 그럼 이게 또 반복입니다. 근데 외식업은 이게 평생 반복되거든요. 대부분 근로자가 6개월을 못 버텨요. 누구든지 첫날부터 이 매장을 혼자서 운영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기술력을 도입하는 거예요.

첫 번째로 했던 게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최대한 쉽게 하자. 그래서 도우를 만들어서 제공하고, 화덕도 그냥 넣었다가 빼면 되는 전자레인지 같은 형태로 만들었어요.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3–4배 쉽다더라고요. 그다음 단계가 주문 처리, 미숙련 알바생은 주문이 여러 개 들어오면 패닉에 빠지죠. 주문을 어떤 순서에 의해서 어떻게 쳐내야 하는지 몰라요. 그러다 밀리면 고객 불만도 커지고, 급하게 하다 보면 제품도 엉망이고, 또 일 그만두고… 그래서 주문을 분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요. 주문이 들어오면 AI가 스텝들에게 지시를 뿌려주는 거죠. 지금 기영이는 이거 해, 재원이는 이거 해, 근데 그걸 못하면? 가르쳐 주기까지 합니다. 토핑하러 가라고 지시했는데, 알바생이 토핑하는 법을 모르잖아요? 그럼 토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거예요. 그리고 카메라가 제대로 된 토핑인지 아닌지 최종적으로 판단, 즉 품질 검사를 하죠. 이거 안 올렸어, 이거 더 올렸어, 이런 걸 지시합니다. 그래서 IoT 기술이랑 AI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합니다. 정말로 필요해요. 궁극적인 목적은 직영점과 각 매장의 인건비를 낮추고 수익성을 올리는 거거든요. 확장성도 높아질 거고요.

최: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게 한다.

임재원: 단순히 머릿수뿐 아니라 그 사람의 역량 수준도 맞춰주자는 거예요. 인도에 가도 똑같이 적용돼요. 거기는 사람은 많이 쓸 수 있지만 수준이 너무 떨어지고 이탈이 너무 잦으니까, 그 한 명 한 명 교육해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듭니다.

최: 최소한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임재원: 그렇죠. 사람을 도와주는 거예요. 부족한 경험을 AI가 대신하는 거죠.

최: 로봇까지?

임재원: 하지만 로봇은 실제로 주방에 들어갔을 때 굉장히 많은 걸림돌이 되고, 비싸요. 로봇 팔 하나가 6,000만 원씩 하거든요. 개인 매장에 이걸 놓는다? 차라리 사람을 쓰겠다는 답이 나와요.

최: 결국에는 고피자는 최소의 인력으로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맞춰주게끔 기술적으로 보완을 한다는 게 가격 경쟁력을 맞추는 일이죠?

임재원: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제품 퀄리티 면에서도.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는 이미 하는 거예요. 우리가 못 볼 뿐이지. 그 주방은 슈퍼 하이테크거든요. 버튼 누르면 패티 지가 굽고, 버튼 누르면 감자튀김 촥 나오고 이러잖아요. 모든 과정을 다 IoT화해서 본사에서 트래킹하고. 그런 업체가 우리 푸드테크 회사라고 광고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전 그게 푸드테크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음식을 팔면서 그 음식을 만드는 걸 잘하기 위해서 기술을 쓰는 거.

최: 그러기 위해서는 피자가 되게 적절한 거긴 하네요, 다른 거에 비해서.

임재원: 가장 적절한 음식이고, 그렇기 때문에 SPC나 해마로푸드 같은 한국의 외식업체들도 피자를 계속하는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피자 스타트업이 되게 많대요. 햄버거 아니면 피자인데, 햄버거는 생각보다 못 먹는 나라가 많아요. 글로벌 확장성을 생각했을 때 피자가 진짜 원 앤 온리 푸드죠.

최: 피자는 만드는 과정이 자동화에 유리한가요?

임재원: 피자는 자동차 만드는 공정이랑 비슷해요. 일단 섀시처럼 도우가 있으면 그 위에 레이어링을 하는 거잖아요. 이게 뭔가 로봇 비전 관점에서도 햄버거는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음식인데 피자는 다 펼쳐져 있잖아요. 공정상으로도 훨씬 더 좋죠. 또 도우, 토핑, 베이킹, 커팅. 딱 이렇게 공정이 나눠져 있어서 우리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라고 해요. 기술적으로 생각했을 때도 모듈화가 가능해요. 일단 토핑을 우리가 IoT화 한다, 그럼 그것만 일단 매장에서 가능해요. 합치면 자동화 매장이 되는 거죠.

피자는 가장 IT 친화적인 음식이었던 것이다…!

최: 인도 스터디에서 이런 건 얘기해주고 싶다 이런 부분이 있나요?

임재원: 존버. 특히 존버가 중요하다. 뭐든지 빠른 시간 안에 결과 못 내는 나라예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일단 비자 받고 외국인 등록하는 데 3–6개월 걸리니까, 일단 인내심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나라는 성장 중입니다. 제 형이 멕시코에 주재해서 애기들 보러 갔다 왔는데, 인도와 GDP도 비슷하고 어떻게 보면 하는 일도 좀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멕시코는 나라에 미래가 없어요. 공항에서 나갔을 때 풍경은 비슷한데 그 느낌이 되게 다른 거죠. 사람들이 그냥 현재만 보고 살고, 아무런 발전할 의지가 없는 게 느껴졌거든요. 공항에서도, 사람들 눈빛에서도, 모든 곳에서 느껴져요. 나라가 성장하려고 한다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도는 모든 사람이 미래지향적이에요.

 

출처 - ppss.kr/archives/21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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