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 환경 분석

인도 시장, 제대로 만들기만 해도 먹힌다: 아우어 김동현 대표 인터뷰

InKonnect 2021. 3.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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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장, 제대로 만들기만 해도 먹힌다: 아우어 김동현 대표 인터뷰

 

2020년 2월 6일 by 최기영

 

최기영(ㅍㅍㅅㅅ 본부장, 이하 최) : 소개를…

김동현(아우어 대표): 인도에서 자체 브랜드(PB)로 제품을 만들어 영상 광고를 제작한 뒤 유튜브나 SNS를 활용해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 아우어의 대표입니다.

인도 현지 채용 직원도 있다.

최: 인도에 우연히 진출하셨다고?

김동현: 그게… 저랑 차승민 이사님은 아마존에서 미국, 일본 상대로 저희가 제조한 소규모 브랜드 제품을 팔았어요. 경쟁이 덜 치열한 시장에서 리뷰를 어느 정도 쌓고 집중해서 안타 정도 치는 비즈니스를 하다가, 더 성장하고 싶어서 아모레퍼시픽과 퓨처플레이가 함께한 테크업플러스라는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지원했는데요. 당시 가져간 아이템의 공략지가 인도 시장이었어요. 아이템은 다소 약했는데 인도라는 시장 덕택에 최종까지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최: 올라갔다고 하심은…

김동현: 네, 탈락… 최종까지 갔다가 탈락하니 좀 아깝더라고요. 근데 당시 인도 한 번도 안 가보고 시장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계획서를 쓴 게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으니, 진짜 한번 가보자고 생각해서 갔죠. 실제로 가봤더니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업의 기회가 굉장히 많겠더라고요.

최: 어떤 점에서 기회가 많아 보였나요?

김동현: 당시 미국에서는 가격이 엄청나게 싸고, 어뷰징까지 거리낌 없이 하는 중국 셀러, 미국의 자영업자, 스타트업, 그리고 미국의 거대 브랜드와 경쟁하다 보니 정말 치열했는데요. 결론적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미국에 적을 두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었어요. 그런데 인도에 가 보니 아마존에 올라온 제품의 질도 형편없고, 업자들이 마케팅하는 방법이나 브랜딩도 아직 수준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인도에 재빠르게 진입하면 확실히 성장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최: 만만해 보이셨군요.

김동현: 그렇죠, 처음에는 만만했어요. 시작부터 바로 삐끗했죠. 아마존에서 미국, 일본, 유럽 대상으로 판매하면 현지에 법인 설립 없이도 (한국에서) 판매가 가능하거든요. 근데 인도는 인도의 개인 사업자 형태나 아니면 인도 법인 설립이 없이는 절대 판매가 불가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인도, 특히 인도의 아마존 마켓은 무조건 클 수밖에 없으니, 최대한 빨리 현지의 사업자로 들어가 더 많은 경쟁자 오기 전에 자리만 잡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어서 올인했던 것 같아요.

최: 인도에는 자주 가세요?

김동현: 1년의 ¾ 정도는 인도에 머무르죠.

최: 7시간 정도 걸리나요? 인도까지?

김동현: 델리는 직항이 있는데, 저희가 있는 벵갈루루는 직항이 없어요. 그래서 홍콩이나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에서 경유하면 비행시간으로는 한 13시간 50분 정도 되는데 도어 투 도어로 하면 19시간 정도 돼 가지고, 빨리 직항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동현 아우어 대표.

최: 대기업은 인도에서 꽤 오래전부터 열심히 잘해온 걸로 기억을 하는데, 어때요?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들 쪽은 활발히 하나요?

김동현: 밸런스히어로 같이 인도 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스타트업도 있고요, 예전부터 넘어와서 거기서 로컬 비즈니스를 규모화시키는 작업의 단계에 있는 분들도 있는데, 인도 현지 시장 공략을 목표로 투자받은 한국 스타트업이 저희 포함 3–4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 외 대기업의 1–2차 벤더로 있는 회사가 주로 많죠.

최: 더 많아지겠네요 그러면?

김동현: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저희가 2018년 7월에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NIPA라는 곳에서 하는 1기 지원 프로그램으로 처음에 저희도 들어갔거든요. 그때 오셨던 팀들이 1기부터 4기까지 10개씩 한 40개가 되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팀이 2팀 정도밖에 없어요.

최: 왜 그럴까요?

김동현: 당시 인도를 한 번 더 경험하고 사업개발을 할지 안 할지 봐야겠다는 참가 팀이 많았습니다. 그분들도 사실 한국에서 모든 오퍼레이션을 다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인도 현지에서 마케팅을 하거나 사업개발을 본격적으로 하는 결정을 쉽게 못 하시더라고요. 앱 서비스 같은 경우는 정산이 구글플레이를 통해서 가능하니까, 굳이 인도에 법인을 설립하고 마케팅 등을 할 필요는 없겠다는 것도 있고, 인도 시장만 타깃으로 해보자는 분들은 없었어요. 인도만 보기에는 한국 분들은 인도에 관한 경험이 거의 없거든요.

최: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인도와는 경험이 없었을까요?

김동현: 기본적으로는 인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가 좀 안 좋잖아요. 인도 관련 기사도 성폭력, 계급 차별 같은 부정적인 기사들만 나오고 말이죠. 문화적으로도 교류가 거의 없었고 지리적으로도 굉장히 멀어요. 인도가 기회이긴 하지만 중국에 있으셨던 분들이나 원래부터 서쪽으로 진출하시길 좋아하시는 사업가가 많이 자리 잡아야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는데, 그게 인도네시아나 베트남까지는 가더라도 인도까지는 아직인 것 같아요.

최: 인도하면 발리우드가 떠오르는데요. 인도영화 보면 화려하고, 합창과 춤도 엄청 많이 나오고. 그런 특성을 봤을 때 인도에서만 먹히는 영상 문법이라고 할만한 게 있을까요?

김동현: 일단은 비디오 커머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나 문법 자체가 대부분 한국보다 더 잘 통한다고 보면 돼요. 자극적인 영상으로 이목을 끌어서 노출을 최대한 늘리고, 이 친구도 샀는데 저 친구도 샀어, 그런 걸 부각하는 거요. 근데 해보니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상 보여주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광고 단가도 한국의 1/10이죠.

영화 〈국제시장〉을 리메이크한 인도 영화 〈바랏〉. 중동에 일하러 가서 춤을 춘다(…)

최: 그러면 일명 대란템 만드는 공식이 훨씬 더 잘 먹히고, 훨씬 더 많이 터진다?

김동현: 네. 근데 저희는 국내 미디어커머스 사업자분들처럼 대란템을 만드는 밑 작업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선 비디오 커머스로 팔리는 아이템이 신뢰를 많이 잃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도 이것저것 팔아보기보다는 브랜드 하나 잘 만들고, 비디오 커머스란 경쟁력을 통해서 제대로 소통하자는 전략으로 바꿨어요. 브랜드 하나에 집중하는 모델이죠.

최: 지금의 건강식품 브랜드 하나로 쭉 가실 생각이신지?

김동현: 신시열 님 인터뷰에서 얘기하신 걸 보니 인도에서 한국에 팔 수 있는 아이템 중에 ‘아유르베다’를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도 되게 고민을 했어요. 이게 저희가 아유르베딕을 선택한 이유가, 저희는 투자를 받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비디오 커머스로 이미 나왔던 제품들인 샤워기 필터, 샤워기 헤드, 머리 마사지기 같은 걸 중국에서 생산해서 인도로 들여와 판매했거든요. 그럼에도 되게 이익률이 꽤 좋았어요.

아유르베다는 식이요법, 약초 요법 등을 활용하는 인도의 전통 의학이다.

근데 박스 갈이를 하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또 관세나 통관에서 계속 문제가 생기고요. 한국에서 마스크팩을 생산해서 인도로 가져가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중간에 인증이나 통관절차를 다 밟고 가는 것 자체가 시간도 너무 들고 중간에 틀어지면 다 무산될 수도 있는, 리스크가 크겠다 싶어서 인도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인도에서 생산하기 좋은 물품들이 뭐가 있을까를 조사해보다가, 결국에는 요가와 관련된 문화나 아니면 요가 관련된 콘텐츠와 제품, 그다음 향, 그리고 아유르베딕 제품을 알았죠.

아유르베다 아이템은 우리나라의 한방 느낌으로 보시면 되요. 인도에서 굉장히 많이 소비되고, 현지인들은 자신의 아유르베딕 제품에 프리미엄을 지불하진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인도의 오가닉이나 아유르베딕 계열의 이미지나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최: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김치 만들어 한국인에게 파는 그런 느낌이군요.

김동현: 어쨌든 제품이나 스토리가 쓸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보니까, 아유르베딕 제품을 인도에서 생산해 인도 시장뿐 아니라 외국으로 판매하는 것까지 고려합니다.

최: 생산단가는 확실히 낮죠?

김동현: 엄청 낮죠. 특히 허브. 채식주의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보니까 허브 원료에 대한 생산이나 소비가 굉장히 많이 이뤄지고, 그러다 보니 다양한 벤더와 제조업자들을 찾을 수 있어요. 이번에 생산하는 제품도 마치 한국에서 화장품 공장 찾는 것처럼 굉장히 많은 벤더랑 제조업자를 찾을 수 있다 보니까 그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되더라고요.

최:  인도 사람들이 잘 살만한 물건을 인도에서 생산을 하고, 인도에서 원자재를 다 조달을 하되 마케팅, 브랜딩은 한국의 경험을 입힌다?

김동현: 맞습니다. 인도 사업자분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한국 사업자가 이커머스 경험이 많고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최: 미디어커머스 잘하는 블랭크나 이런 데가 오면 거의 씹어먹겠네요?

김동현: 그렇죠, 블랭크가 들어오면 진짜 날아다니겠죠. 근데 블랭크가 들어오시면 더 좋지만, 인도라는 시장 특성상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제품 단가 측면에 생산과 오퍼레이션을 인도에서 다 하는 쪽이 아니면, 고전할 확률이 꽤 높아요. 누가 들어오건, 제대로 된 준비 없으면 저희가 실수했던 것만큼의 시간은 분명 필요할 거고요.

최: 어떤 실수를 많이 하셨어요?

김동현: 일단 행정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되게 많아요, 법인설립부터 회계, 재무부터 해서 여러 행정처리에 정말 많은 삽질이 필요하더라고요. 외부 컨설팅을 받아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인도는 그 삽질의 과정을 거쳐야 내성이 본격적으로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도 인도를 갈 때마다 ‘아, 너무 힘들다.’ 그럽니다. 인도란 곳이 미국이나 유럽이나 베트남, 중국처럼 나가서 뭘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생활적으로도 편안한 데가 아니에요. 일이 돌아가는 속도라도 빠르면 재미있는데 인도에서는 복장 터질 정도로 너무 느리고, 답답한 부분이 많거든요.

인구가 많은 만큼 해야 할 것도 많다.

최: 그럼에도 인도를 갈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동현: 시장에 대한 확신이죠. 사실 전자상거래 전체 규모로 따져보면 한국이 2018년 기준 110조, 2019년 더 성장했겠죠. 근데 2018년 기준으로 인도는 아직 60조 원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다시 말하면, 너무나 초입 단계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중국이 약 10년 전에 딱 이랬던 것 같고요. 저희가 있는 벵갈루루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이 나라가 성장하는 게 보여요. 2주마다 공항에 갈 때마다 그 변화가 보여서, 그것 자체가 저희에게 확신이 됩니다.

최: 클 수밖에 없다 여긴? 이미 크는 중이고.

김동현: 네, 이미 크는 중이고, 클 수밖에 없고. 투자만 해도 돈을 벌 수가 있는 자본 시장이기도 하죠. 사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를 성공시킬 게 아니라 결국 판을 더 키워 나쁘게 말하면 폭탄을 다른 데다가 던지는 걸 수도 있겠지만, 유일하게 자본이 모여 정말 폭발적인 버블을 만들어내는 시장은 인도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 거죠.

최: 그러면 아우어는 하나씩 하나씩 상품을 늘리는.

김동현: 네, 인도 시장에는 아직까지도 질 좋은 상품이 많지 않으니까요. 저희가 프리베다라는 브랜드로 집중을 시작했지만, 기존에 다루던 샤워기 필터 같은 제품도 아직 잘 팔려요. 굉장히 만족하고요. 패키징 자체가 기존의 인도에서 온라인 구매로 겪어 본 적 없는 수준의 패키징이어서, 포장만으로도 고객들은 아직도 크게 만족합니다. 질 좋은 제품을 꾸준히 런칭만 하더라도 분명히 계속 클 수밖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최: 그러면 어떤 제품을 만드실 건가요? 1년 사이에 성장을 꽤 하셨나요?

김동현: 건강식품 브랜드로 처음에는 다이어트 쉐이크, 그다음 인도의 허브를 믹스해서 건강 기능 식품 알약으로 만드는 6종 믹스드허브 세트. 미세먼지를 타깃으로 하는 건강식품 같은 것도 만들고요. 이런 식으로 계속 제품을 꾸준히 런칭하다 보면, 식품이다 보니까 매출이 저희가 공산품 팔았던 것보다 쭉쭉 올라가진 않겠지만, 꾸준히 재구매를 만드는 형태로 가면…

최:  매출은 떨어지지 않겠네요. 지금 직원분들은 몇 명이세요? 파트너 포함하면 5분?

김동현: 파트너가 4명이고 인도 직원 7명, 총 11명이네요.

최: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네요. 공모전에서 점수 잘 받으려 시장 크기 큰 인도를 별 생각 없이 썼다가 ‘진짜 가볼까?’ 해서 가신 거잖아요.

김동현: 쑥스러운 이야기인데, 처음에 그 아이템을 선정한 이유 자체가… 미국 아마존 시장에서 남성 등털을 깎는 연매출 200억 정도를 찍는 백블래이드(baKblade)라는 브랜드 제품이 되게 많이 팔려요. 인도도 무작정 털이 많을 것 같으니까 등털깎이를 팔자고(…) 저희도 이게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등털깎이를 인도에다 파는 아이템을 가져갔을 때 심사위원분들이 너무나 뜬금없는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니까 신기한 거예요. 시장 자체에 투자자 수요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걸 한 번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어요. 직접 가서 봤던 게 인도에 진출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같아요.

최: 가서는 뭘 어떻게 보셨어요?

김동현: 일단 그냥 가서 시장조사라고 하지만 AKA 여행이죠. 델리, 뭄바이, 벵갈루루 여정으로 9박 10일로 갔어요. 델리는 ‘이곳은 신이 버린 도시다’ 날씨부터 해서 도저히 법인을 만들 수 없는 도시였어요. 뭄바이를 갔더니 뭄바이도 역시 너무 번잡스럽더라고요. 트렌드나 이런 거 소비재 하긴 좋겠지만 소비재를 한다고 꼭 밖에 나가서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벵갈루루를 갔더니 정말 딱 캘리포니아 같은 기후 조건이더라고요. 1년 내내 거의 20도…

그래서 벵갈루루에 갔다.

최: 바닷가쪽이에요?

김동현: 고산지대라서 해발 1,100m 정도 되다 보니까 덜 더워요. 우기 어느 정도 있는 상태지만 비가 종일 내리는 게 아니라 저녁때만 쫙 내리고.

최: 인도와 한국에 같은 제품을 팔아 보셨잖아요. 한국 소비자들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동현: 일단은 어떤 제품을 팔아서 조금의 가격이라도 비쌀 경우에는, “It’s good, but expensive”가 무조건 붙어요. 주가드(Jugaad)라고 하죠. 적은 예산으로도 뭔가 혁신적인 걸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치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항상 안 비싸도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진짜 인도인이랑 흥정하면 처음에 부르는 가격의 1/5 정도가 그들이 생각한 처음 시작 가격이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 특성 자체가 가격에 무조건 컴플레인을 걸고 절대 평점 5점은 주지 않아요. 중국보다 흥정을 더 해야 해요. 그래서 아마존 가격대를 보면 진짜 이 가격에 팔 수 있나? 라고 할 정도의 상품이 대부분을 이뤄요. 그렇기 때문에 삼성이 인도에서도 그렇게 중저가 모델은 샤오미나 오포나 그런 데랑 경쟁하는 걸 보면, 이 가격에 이걸 어떻게 팔지? 싶은 제품들로 계속 일단 깔고 가는 것 같아요.

최: 미국 소비자는 완전 정반대고.

김동현: 미국 같은 경우는 아마존 상품 페이지에서 별점 5점 기준으로 4.8점을 넘으면 별 5개가 찍히거든요. 근데 인도는 별 4개 반을 찍은 상품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별 4개 반도 4.5나 4.4, 4.6이 아니라 대부분 4.2 정도를 유지하는 거죠. 곧 별 4개가 되는. 항상 댓글 보면 “It’s good, but little expensive…” “It’s little pricey…” 이런 게 적혀 있어요. 매스 마켓으로 나가는 순간 무조건 가격 허들이 있는 거예요.

최: 그러면 아우어의 상품도 다 경쟁 제품보다 비슷하거나 싸게 가야 하는 건가요?

김동현: 근데 의외로 샤워기 필터 제품을 3만 원에 팔았어요. 물가 기준으로 보면 인도는 한국의 ⅓–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렇게 보면 사실 3만 원이란 가격대가 굉장히 비쌌거든요. 그런데 비디오 커머스를 통해서 엄청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정도 제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진 고객층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 인원은 추정하건대 1억 2,000만 명 정도로 봅니다. 한국의 가격대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이 가미되면 충분히 소구할 포인트가 많이 있더라고요. 경험으로 깨달았어요.

처음 팔았던 제품이 한국에서 많이 유행했던 체형 보정 발가락 교정 링이었어요. 사실 예산이 너무 없어서 생산 단가가 저렴한 것을 인도 가격으로 1만 3,000원에 팔았거든요. 하루에 170개까지 팔았어요. 말이 안 돼 보이기도 할 거예요. 발가락 교정 링을 꼈는데 체형이 갑자기 바뀌고 살이 빠지고… 그런데 사실 테스트해보고 싶었거든요. 이걸 인도인들이 구매할까? 근데 팔린 걸 보니 제대로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경험을 확실히 얻었죠.

최: 아마존에서 주로 판매하시나요?

김동현: 아마존이랑 플립카트, 그다음 1분기부터는 자사 몰을 통해 직접 판매하려 합니다.

플립카트는 아예 본사가 벵갈루루에 있다. / 출처: Reuters

최: 배송이나 이런 것들은 아마존이 편하지 않나요?

김동현: 아마존은 원래 FBA에서 가는 게 있어서 너무 편하고요, 플립카트도 와서 픽업해 가요. 플립카트랑 아마존이랑 고객이 완전 달라요. 플립카트도 인도가 만든 마켓이고, 그렇기 때문에 마치 국외 자본에 우리 소비 시장을 빼앗겨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월마트가 지분 70%를 인수하긴 했지만요. 커버하는 지역도 좀 다르고요. 아마존은 대도시 위주로 FBA센터가 생기다 보니까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대도시 기준이라면, 플립카트는 그 외의 지역도 다루거든요. 경쟁자도 사실 아마존보다 더 없어요. 저희도 플립카트 매출이 아마존 매출의 한 20–30% 수준으로 계속 따라가는데, 그 두 개의 마켓이 같이 성장해서 신기하더라고요.

최: 자사몰까지 하시면 유통도 손을 대셔야 하겠네요.

김동현: 유통은 외국 자본으로 투입된 회사가 멀티 브랜드를 팔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희는 유통 비즈니스를 하려면 유통으로 들여오는 물품 자체가 굉장히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한국에서 들여오는 식품류나 아니면 화장품류여야 하죠. 그건 해보니까 답이 없더라고요. 외국에서 생산된 그 어떠한 제품도 인도에서 적당한 가격에 팔게 인도 정부가 냅두지 않아요. 모든 건 Make in India로 해라, 그래야 우리가 너희한테 정책적인 혜택도 주고 세금 혜택도 주겠다 그런 게 명확해서, 저희는 그건 무조건 인도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그냥 아예 정해졌죠.

인도에서 생산한 것들만 혜택을 준다.

최: 한국 제품, 한국 서비스가 인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브랜딩, 마케팅 이쪽?

김동현: 저는 제품쪽인 것 같아요. 한국은 항상 빠르고 괜찮게 생산하는 거에 사업자가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스마트스토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빠르게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잖아요? 그 능력들이 인도에서 제일 찾기 어려운 능력이에요. 우리처럼 좋은 게 좋은 거지도 없고, 일의 완성도보다는 스피드를 더 중요시해서 재계약 이런 것도 거의 안 하고 바로바로 생산하잖아요.

근데 인도 같은 경우는 돌다리를 계속 두들겨 보니까 모든 사업자가 제조할 때부터 라이센스나 트레이드마크 같은 걸 굉장히 많이 따집니다. 여기서 속도가 쳐져요. 우리나라 중견기업 밑에 100–200억대 하는 브랜드 오너 보면 제조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고 온라인 판매 경험이 10년씩 되시는 분들 진짜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와서 인도에서 생산만 할 수 있으면 완전 날아다니는 시장이죠.

최: 그게 제일 어려울 것 같은데요…

김동현: 그렇죠. 하지만 무조건 인도 생산으로 가야 해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진출하시는 분들이 중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초기 예산 계획을 짜셨으면 좋겠어요. 중견기업 정도가 인도에 들어오더라도 투자 예산을 크게 쓰지 않거든요. 인구가 그렇게 많고 시장이 크며 성장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적어도 한 3–4명 정도, 연 5억 정도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와서 2년 정도는 삽질해야 본격적으로 클 수 있을 거예요. 단기간으로는 절대 안 되는 건 확실합니다.

최:  결국은 갈 수밖에 없겠군요.

김동현: 그렇죠. 이제 인도로 많이 오실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인도에 시리즈 A나 B의 부분적인 투자자로 들어가서 B나 C에 8–9배씩 엑시트하고 나오는 투자사들이 나타나요. 2020년도에는 훨씬 더 많아질 거고요.

최: 스터디에서는 어떤 얘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동현: 인도에서 1년 반 동안 어떻게 법인을 설립하고, 어떻게 아마존과 플립카트에 매출을 냈는지 그 경험을 쭉 설명하려고 해요. 기회가 있다면 인도에서 시작해서 인도만 타깃으로 하는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와야 합니다. 인도만 타깃으로 해서 들어온 회사도 기회는 널렸습니다. 한국에서보다 더 기회 많습니다. 우리는 솔직히 인도 때문에 투자받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인도 자체가 굉장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입니다. 좋은 한국 사업자가 많이 들어와서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년 반의 이야기를 툭 터놓고 말씀드리려 하고요. 그 경험을 통해 잘 성장하는 긍정과 희망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게 잘 준비하겠습니다.

 

출처 - ppss.kr/archives/21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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